7월 말일의 우울

2018.07.31 16:40

나도 내가 완벽하지 못한 걸 안다. 물론 신이 아니고서야 세상에 완전하고 완벽한 사람은 없겠지만 나는 또래보다 유독 미숙하고 모자랐다. 좋게 말하면 착했고 나쁘게 말하면 찌질했고 그냥 말하면 멍청했다. 야무지고 여시같을 줄 몰랐다. 나를 꾸미거나 관리할 줄 몰라서, 나 대신 이미 완벽해보이는 사람을 좇았다. 나를 의탁했다. 훨씬 행복했다. 그걸로 구박받고 숨통이 막혔지만, 아이러니하게도 그걸로 힐링하고 숨통을 트였다.


한 자릿수 나이 때부터 가수가 되고 싶었고, 고등학생 때는 시위조로 다이어트를 해서 저체중으로 만들었다. 결과는 실패였다. 나는 여기서 뛰쳐나갈 자신감이 부족했고, 가족들은 나를 맹비난했다. 여전히 폭언에 갇혀 살았고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 더 깊은 감옥으로 들어갔다. 중학생 때 고등학생 때, 멋모르는 자신감이 있었어야 했다. 하고 싶은 거 하라던 엄마의 거짓말에 치를 떨고 어떻게든 대구를 떠나야 했다. 진짜 하고 싶은 걸 했어야 했다. 어차피 크고 나서도 나는 노래를 그렇게 잘하지 못한다. 어차피 크고 나서도 엄마 말 안 듣는 딸이다. 차라리 그때 말 안 들었어야 했다. 되든 안 되든 부딪혀봤어야 했다. 됐다면 일찍 효도할 수 있었고 안 됐다면 일찍 포기할 수 있었을 거다. 그 편이 나았다. 오랫동안 꿈만 안고 살다가 엄마 병 저렇게까지 키우지 않았을 거다. 엄마한테는 내가 필요 없었다.


수많은 폭언을 견뎌온 건 나였고, 그 방어기제로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상처들을 식구들 가슴에 심었다. 그리고 식구들은 그 상처를 무기로 나를 못살게 군다. 이제는 내가 진짜 피해자가 맞는 지도 의문스럽다. 나도 모르는 새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언행을 하고 있다. 식구들 말을 빌려 그들을 '무시'하고 있다. 나는 그들의 '자격지심'이라 반박한다. 그러면서도 사실 알고 있다. 내 모든 대꾸는 증오에서 나온다는 거. 나를 '착하다'의 틀에 가둬놓느라 내가 놓친 것들이 결국 당신들 때문이고, 당신들도 사실은 별볼일 없었다는 거.


아니란 것도 이제는 안다. 다 핑계다. 나를 보호하기 위해 남을 할퀸 내 잘못인 걸 안다. 나이를 많이 먹어서 그 꿈을 꿀 수조차 없게 돼서 원망 좀 해봤다. 근데 나는 진짜 평생 꿈이었다. 나는 당장 뭘해서 어떻게 벌어먹고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. 책 읽는 거 싫다. 내가 좋아하는 글이 아니면 써지지도 않는다. 남들처럼 과외를 받아본 적도 없어서 그런 스킬 같은 것도 모른다. 아니 스킬이고 자시고 간에 간단한 어휘와 단어도 기억하지 못하는 게 많아졌다.


교회 반주도 지긋지긋하다. 나는 내 또래 친구들과 합주하는 게 좋았을 뿐이다. 친구가 너무 고파서, 친해지고 싶어서, 진작에 그만두고 싶었는데 십년 가까이를 해왔다. 그러다 또래가 아닌 사람들과 하려니 너무 안 맞아서 관뒀는데 몇 년만에 대타로 서게 됐다. 하기 싫다. 앞에서는 방긋방긋 웃고 뒤에서는 우울감에 허덕이면서 싫음을 어필하는 것도 저번과 달라진 게 없다. 나는 왜 이렇게 살지.


어릴 때 냉장고에 붙어있던 사자성어로 알아보는 천자문 포스터에 대기만성이라는 단어가 있었다. 가장 기억에 남았지만 나는 그 단어가 너무 싫었다. 나는 영재가 되고 싶었지, 오랫동안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. 그래서 프로듀스 같은 프로그램들 보면 울고야 만다. 이거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며, 행복하고 간절하게 눈물을 흘리는 그들이 너무 부러워서 운다. 내 현실이 더 비참해서. 원하는 학교에 들어갔는데 뭐가 문제냐고? 내가 표면적으로 그 학교 그 과를 원하게 된 데에는, 정말 원했던 걸 모두 막아서 그 길밖에 없어서였다.


떨어져 살면 좀 나을 줄 알았는데, 계속 연락을 하면 그것도 아니더라. 연락이 끊겨야 행복했다. 내 꿈 뿐만 아니라, 평소에 당해왔던 차별들도 스멀스멀 기어왔다. 나는 당신들이 너무 미워죽겠다. 한편으로는 내 삶의 이유가 당신들 뿐이기도 하다. 그래서 죽을 것만 같았다. 지금도 모든 악한 일들의 원인은 나라고 손가락질 받는 거 너무 지쳐서 좀 도망가고 싶다. 당신들의 신앙은 너무 좋으니까, 그렇지 못한 내가 정말 잘못된 사람이고 마귀인 것 같아서 좀 쉬고 싶다.


애증의 식구들, 가증스러운 나. 나는 내가 너무 싫다. 혐오스럽다.

이제 그만하고 싶다.

죽고 싶다..